2001년에 금융시장에 들어온 후 두 번의 큰 사이클을 겪었다. 첫 번째 사건은 역시 2006년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. 그 사건이 있기 전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. 당시 나는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에서 채권 전략 리서치를 하는 애널리스트였다.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것이고,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경기침체 빠져들 것이란 과감한 주장을 한 상태였다. 실제 서브프라임 시장이 붕괴되 시작했을 때에도 미국 주식시장은 금방 무너지지 않았다. 크게 폭락했다가 다시 반등했고 한참 동안 더 올랐다. 부동산 시장이 실제로 붕괴되고 주식시장도 무너지기 직전 나는 씨티은행의 스왑 데스크의 트레이더로 이직했다.
내가 씨티에서 제일 먼저 잡은 포지션은 대량의 짧은 통안채 매수 포지션이었다.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5% 정도였다. (금융위기 있기 직전 2008년 한국은행은 심지어 금리를 5%에서 5.25%로 인상했다. 그리고 2달 후부터 금리를 미친듯이 내려야했다) 그리고 1년 통안채 금리는 6%에 육박했다. 기준 금리보다 1년 짜리 채권금리가 1% 가까이 높아서 들고 있기만해도 캐리가 생기는 상황에서, 나처럼 향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트레이더에게 이렇게 좋은 포지션이 없었다. 하지만, 트레이더에게 금융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.
<여기가 달이 아니라면>에서 강인선 기자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군인이 있다고 말한다. 전쟁을 해본 군인과 못해본 군인이다.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그 사실만으로도 기세가 등등하다. "군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군인이 아니다"라는 말은 전쟁에 참전해본 군인만 할 수 있다. 강인선 기자는 남자들이 군복무 때 고생한 얘기를 하면서 생색을 낼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