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여러분,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.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모통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.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."
_정세랑, <시선으로부터>
발전을 느리고 성장은 더디다. 복싱이나 테니스를 배우거나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면 늘 당면하는 장벽이다. 그럴 때 퀀텀 점프의 순간을 기다리면서 버텨나간다. 결국 분출할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다. 위에서 인용한 정세랑의 소설 <시선으로부터>에서 늘 등장하지만 (매 챕터에 서두에 그의 글이 등장한다)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(소설의 배경은 그가 죽은 다음이다) 시선이 남긴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.
인생의 문제는 세상이 내가 퀀텀 점프하는 순간을 기다려주지 않을 때 생긴다. 아젠다를 잘 선점하고, 취재 대상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고, 게다가 글까지 유려하게 쓰는 신입 기자가 있다고 치자. 타고난 재능에 열심히까지 하는 이 기자가 성공하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워보인다. 하지만 성격이 괴팍하고 고약한 선배 기자를 만난다. 오늘은 가스라이팅이고 내일은 그루밍이다. 매일매일이 지옥이다. 어떻게 할 것인가. 버티면 될까. 인권위나 검찰에 고발하면 될까. 선배를 패면 될까.
정답은 없다.
때로는 버텨야 하고, 때로는 고발해야 하고, 때로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하고, 때로는 팰 줄도 알아야 한다. 어떤 행동이 최적일지는 구체적인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다. 중요한 것은 결정한 후에 밀고 나가는 에너지다. 각각의 행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. 그냥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하나도 없다. 버티는 것도, 싸우는 것도, 찌르는 것도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다. 에너지만 좋다면 심지어 도망치는 것도 최고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. 그 에너지가 있다면 도망친 후 다음 인생을 충분히 잘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…
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
도망치는 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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