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국 민족주의의 다성적(polyphonic/多聲的) 성격에 관하여
최장집(고려대 명예교수)
들어가는 말
한국의 민족주의를 주제로 국제정치학회가 주최하는 토론회 라운드테이블에서 말할 수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. 한국의 민족주의는 큰 주제이고, 여기에서 그 문제 전체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. 다만 최근 년에 이르러 민족주의 문제가 정치의중심 언술로서 큰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는 현상을 소재로 몇 가지 핵심만을 비판적으로 말하려한다. 시간의 제약도 있고 해서,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네 가지 테제로 나누어토론코자 한다.
1. 역사는 청산될 수 없고,‘역사 해석의 정치화’는 민주주의 발전을 낳지 못한다.
2017년 촛불시위 이후 문재인행정부에 들어와 우리는 청산이라는 말을 빈번하게, 아니 거의 일상적으로 듣게 된다. 촛불시위가 한국 현대 정치사에 있어 하나의 큰 전환점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. 그러나 이 거대한 시민운동을 통해 분출되었던 요구들, 또 그의미와 함축들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방식과 방향은 크게 다를 것이다. 촛불시위의 결과도 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. 이 거대한 사건 이후 등장한문재인행정부는 이른바 ‘적폐 청산’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. 촛불시위를 불러일으킨 비(非)/반(反) 민주적 세력과 그 행태, 가치관, 제도 전반이 그 대상이 되었다.
적폐 청산이라는 말이 설사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문화적이고 이념적인 가치를 강화할 목적으로 개혁자들에 의해 불러들여졌다 하더라도, 본 토론자는 청산을 모토로 하는 개혁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다. 청산이라는 말은 무척이나 과격한 말이다. 거의 혁명적인 정조를 동반하는 말이기도 하다. 청산이라는 목표가 과거사에 대한 평가를 본질로 …
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
최장집, <한국 민족주의의 다성적(polyphonic/多聲的) 성격에 관하여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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