신문에서 한 스님의 칼럼을 읽었다.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방식으로 금방 드러내지 말고 시간이 지나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. 나는 이런 류의 조언은 지혜 혹은 마음 공부로 포장되어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. 아집을 버리고 문제를 객관화 할 것,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면 저는 적극 동의했을 것이나 이 칼럼은 옳고 그름은 어차피 가릴 수 없으니 따지지 말 것, 그래서 감정에 휩쓸리지 말 것, 시간이 감정을 치유하길 기다릴 것을 말하고 있다.
나는 한국 사회에서 생기는 분란의 대부분은 옳고 그름을 잘 따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. 예컨대 부모가 내 애인의 종교가 가족들과 다르다고 결혼에 반대한다고 할 때 그것이 옳고 그른지 치열하게 따지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. 진짜 문제는 그(녀)의 종교가 다른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나의 이런 말이 분쟁의 이유가 된다면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옳다. 분명한 것은 그래서 생긴 가족간의 불편함은 내가 일으킨 게 아니라 그들이 일으킨 것이고 내 잘못이 아닌 그들 잘못이란 것이다. 가족간의 문제 뿐 아니라 비지니스상의 문제도 마찬가지다. 한국에서 법적 분쟁으로 발전하는 민사상 쟁점의 상당수가 계약의 미비 때문에 생긴다. 한국인들은 계약서를 잘 쓰지 않고, 써도 요건을 갖추지 않고, 대부분 구두로 대충 때운다. 그래서 말을 바꾸고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 증거도 없이 다툰다. 옳고 그름을 치열하게 다투는 기본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.
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느끼는 분노는 그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.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부당한 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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